[윌리엄문의 야단법석]반 총장의 고별 기자회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마지막 달에 뉴욕 전철을 타고 뉴욕 시장을 만나러 갔다는 기사를 접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임기 첫 달부터 매달은 아니더라도 분기마다 전철을 타고 다녔으면 어떤 변화를 몰고 왔을까하고. 유엔총장 1기때는 연임을 염두에 두고 상임이사국 눈치 보느라 제대로 소신껏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을 지라도, 2기 때는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하여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면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한국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은 세계 평화와 인권에 관한 것도, 이 순간에도 순진무구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폭탄과 총탄에 숨져가는 시리아 알레포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유엔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극히 사적인 한국 대통령 출마에 관한 질문이었다. 첫 질문자로 선택된 기암 팔오로 유엔출입기자단 회장은 반 총장은 앞으로 은퇴 또는 한국 대통령 출마의 두 가지 선택이 있는데 반 총장은 어느 것을 고를 것인지 명확한 대답을 달라고 했다. 이에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제대로 휴가와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말해왔지만 나는 유엔 사무총장이고 15일이나 임기가 남았다고 하면서 기름장어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며, 정치지도자들, 커뮤니티 지도자들, 사회지도자들 그리고 친구들도 포함된다”, “나는 내 조국 한국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출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한국 촛불시위에 대하여 “한국민들은 가장 큰 도전들의 하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촛불 벽돌을 한두 개 올려 놓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면서 미래 한국의 리더십을 언급했다. “나는 또한 앞으로의 도전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포괄적인 리더십의 새로운 유형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신 지도자상이 본인이라는 것을 은근히 내비췄다. 일본 NHK 사또 특파원은 동북아의 정세를 설명하면서 동북아의 미래 정세에 대하여 질문하자, 반 총장은 “21세기는 태평양 아시아 시대”라고 답했다. 이날 한국기자들의 질문이 전무한 가운데 기자회견장을 떠나면서 반 총장은 한국말로 KBS 여자 특파원에게 “왜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날 유엔본부에서 우연히 만난 유엔 출입 8년차 이너시티프레스 메튜 러셀 리 기자는 필자에게 반 총장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과 그의 조카에 대한 부정적인 취재 내용을 소상히 알려 주었다. 더하여 그는 유엔 내부에서는 “떠나가는 사람에게 허물적 기사를 보도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한국대선 출마가 직전 총장의 정부직 진출을 금지한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데 대해 반 총장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세계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인권의 등불을 밝히고 삶의 희망을 주고 전쟁을 막으며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곳임을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알레포에서 무수한 생명들이, 지중해에서 피난민들의 생명들이 한국전쟁 때처럼 전쟁폭력에 죽어 가고 있다. 그런데 최초 동북 아시아, 한국 출신 사무총장은 한국대선에 관심을 두면서 며칠 남지 않은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다.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두고 볼 일이다. 유엔 본부 로비에 전시된 가나 출신 코피아난 사무총장의 노벨 평화상 사진이 반 총장에 대한 비판적 기사들과 교차된다.